우아한' 자기 주도적 삶, 장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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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자기 주도적 삶, 장인성

‘우아한’ 자기 주도적 삶 장인성
장인성 우아한형제들 마케팅실장

수학이 좋아 공대에 갔지만, 지금은 마케팅을 하고 있다. 군대에서 보초를 서던 어느 날, 광고가 좋아져서 전역 후 무작정 광고동아리 ‘애드쿠스’에 투신했다. 정작 사회생활은 광고회사가 아닌 브랜드 전문 그룹 ‘메타 브랜딩’에서 시작했고, 2007년부터는 ‘네이버’에서 한글 캠페인 등 브랜드 캠페인을 맡아 했으며, 2013년에 ‘우아한형제들’에 합류해 배달의민족 마케팅을 리드하고 있다. 한때 여행작가가 되고 싶었던 그는 최근 뜬금없이 ‘주거의 취향’이라는 수상한 칼럼을 ‘스토리볼’에 연재하고 있다.







‘어제보다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어있고 싶다’는 장인성 실장은 습관과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항상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남들의 생각을 스스로 판단해가며 나아가고 있다. 어떠한 조건이나 환경이 아니라 자신만의 취향과 생각이 삶을 멋지게 만든다고 생각하기 때문. 이렇게 쌓은 그의 취향과 사고는 인생의 족적이나 다름없었고, 조직원이 자기 주도적으로 일하게끔 이끄는 리더십으로 이어졌다.

글. 박태연 기자 kite@websmedia.co.kr



1. 노키아 기본 벨소리(노키아 튠)

내 스마트폰 벨소리는 노키아(Nokia) 휴대폰의 기본 벨소리로 쓰이고 있는 ‘Gran Vals’다. 유럽에서는 노키아를 많이 사용하니까 익숙하지만, 한국에서는 낯선 벨소리다. 어느 날, 한 영상(Nokia Tune for ensemble)을 보게 됐다. 콘서트에서 음악단이 악기를 조율하고 있는데, 관객석에서 노키아 기본 벨소리가 나자 피아니스트가 벨소리의 음을 따라 피아노를 쳤다. ‘벨소리는 진동으로 바꿔주세요’라는 얘기를 음악
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어 피아노에 맞춰 나머지 연주자들도 즉흥적으로 연주하면서 멋진 하모니를 만들어낸다. 소소하지만, 나에게 이 영상은 정말 좋은 커뮤니케이션 사례였다.

그래서 스마트폰에 노키아 벨소리를 넣고, 이 케이스를 기억하고 싶었다. 게다가 순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키아 기기가 아닌 내 휴대폰(소니 엑스페리아Z)에서 노키아 기본 벨소리가 나오는 것이.


2. 스냅시드(Snapseed)

카메라 앱은 안 쓰고 사진 편집 앱을 사용하는데, 유일하게 추천하는 사진 편집 앱이 ‘스냅시드’다. 보통 사람들이 쓰는 사진 편집 앱은 분위기가 정해져 있는데, 이 앱은 그렇지 않다. 포토샵처럼 명도, 채도 등을 조절할 수 있는데, 포토샵만큼 어렵지 않다. 즉 미리 정해진 편집 도구 A, B, C를 객관식으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고, 조정하는 기능들을 다룰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이걸로 담아야 사진 같다. 과장되지 않
고. 사진 편집 앱에서 제공하는 필터는 내가 의도한 사진이 되기보다는 우연하게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준다.


3. 나이키 플러스(Nike+Running)

나이키 플러스는 편안한 걸 좋아하고, 운동을 잘 못하던 나를 운동하게 만들어 준 앱이다. 사람을 바꾼 앱인 셈이다(웃음). 그래서 운동용품을 살 때마다 나이키 제품을 사려고 한다. 특히 달리기 용품은. 이 앱을 나이키가 개발하고 운영해줘서 운동하는 습관이 생긴 거니까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었다. 아이폰도 없던 시절, 마케팅 사례를 공부하다 나이키 플러스 사례를 보게 됐다. 운동화에 칩을 넣어서 동기화해 러
닝을 체크해주는 것 자체도 신기했는데, 광고(Men vs. Women)가 체험 욕구를 자극했다. 처음에는 남자 한 명, 여자 한 명이 달리는데, 마지막에 가면 남자 떼, 여자 떼가 뛰는 내용이었다. 광고를 보니까 “정말 획기적인 거 같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체험을 시작하게 됐다.


4. 포켓로켓

달리기뿐 아니라 등산이나 트레킹도 하면서, 여러 아웃도어 앱을 사용해봤는데 마음에 드는 앱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다 작년에 ‘포켓로켓’이 출시됐는데 마음에 들더라. 생활 속에 나의 활동을 로깅해주는 앱이다. 걷기, 달리기, 자전거, 등산, 스키·보드 이런 것을 선택해서 기록할 수 있고, 활동에 따라 배지를 준다. 포스퀘어처럼. ‘아웃도어’와 ‘포스퀘어’가 결합해 꽤 재밌는 콘텐츠가 나온 것 같다.




5. 주거의 취향

지난 1월 초부터 ‘스토리볼’에 집 고친 얘기를 아내와 연재하고 있다. 만날 셋집살이에 쫓겨 다니다가 셋집살이를 그만하고 싶어서 생각이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는 선배 집에 놀러갔다 동네(서촌)를 구경했는데, 너무 좋더라. 그래서 집을 알아봤는데, 정말 마음에 드는 집이 한 채 있는 것 아니겠는가. 망설임 없이 바로 그 집으로 결정했고, 우리 집이 됐다. 이 과정까지 가는 데 한 달이 채 안 걸렸다. 그전에도 집을
짓거나 고치는 것에 대한 생각과 아이디어가 많았는데, 8년 동안 내 집이 아니어서 못했던 것을 다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어차피 35년 된 집이라 고쳐야 했고, 이왕 고칠 거면 완전 마음에 들게 고쳐보자는 각오로 모두 직접 만들었다. 이 일이 2013년 봄에 있었던 일이다. 직접 모두 만든 거니까, 손님이 오면 구석구석 해주고 싶은 얘기가 너무 많더라. 그러한 얘기들을 글로 옮긴 것이 ‘주거의 취향’이다. 정형화된 것과는 왠지 다르게 살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하고 다르고, 좋아하는 데 집중하면 또다른 것이 나온다. 그 방법을 모르니까 사람들이 더 비싼 것을 찾고 더 힘들게, 각박하게 사는 것 같다. “당신이 자신의 취향을 알고, 거기에 집중하면 즐겁고 좋을 것이다. 그렇게 해봐라”. 이런 얘기를 하고 싶어서 타이틀도 ‘주거의 취향’으로 한 것이다.


6. 아이패드 미니 레티나

지난 생일(12월 16일)에 아내가 선물해줬다. 엄청나게 노리고 있었는데, 딱 내 생일에 출시했다. 출시일에 아내가 명동, 홍대 등지를 뛰어다녀서 구매한 후 그날 바로 퀵서비스로 보내줬다. 이전에도 아이패드를 썼지만 무거워서 잘 안 들고 다녔는데, 레티나를 산후로는 잘 들고 다닌다. 나는 애플 제품을 사랑하는 그런 부류의 사람인데, 업이 마케터고 대한민국 사용자 중 90%가 안드로이드를 쓰고 있다 보니, 안드로이드를 모른 채로 소비자들과 얘기할 수는 없더라. 내가 하는 마케팅 메시지는 모두 이야기니까. 그래서 안드로이드폰을 쓰고 있긴 한데, iOS가 없으니까 너무 답답했다. 지금은 매우 만족하고 있다(웃음).


7. 뉴스가판대

‘난 아이패드로 잡지만 봐도 충분해’라고 생각하고 샀다. 주로 뉴스가판대에서 GQ를 본다. 소비자와 호흡을 맞추기 위해서.
GQ는 매달 보는데 정기구독은 안 한다. 정기구독을 하는 순간 안 보게 되더라. 사진에 취미가 있어서 사진 잡지를 주로 챙겨보고, 디자인 잡지도 본다. 사진을 10년 전에 배웠는데, 배움은 끝이 없는 거지만 사실 기술적으로 배울 것은 한두 달 치밖에 안된다. 그것보다는 좋은 사진 많이 보고 내가 좋아하는 사진이나 찍거나 표현하고 싶어하는 것이 분명해지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8. 페이스북과 트위터

영감을 얻는 사이트다. 트위터에 글을 적지는 않지만, 아직 트위터에 남아있는 좋은 사람(친구)이 많아서 읽으려고 들어간다. 굳이 신문을 찾아보거나 즐겨찾기에서 어느 사진과 디자이너를 찾지 않아도 매일 그 날의 이슈거리, 놓치면 안되는 것들을 실시간으로 친구들이 가져다준다. 이렇게 친구들이 실시간으로 이야기해주는 것들이 소비자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를 생동감 있게 깨닫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페이스북에서는 ‘유니타스브랜드’나 ‘마케팅 팩토리’ 같은 곳뿐 아니라 조수용 대표님, 여준영 대표님, 정태영 대표님, 김봉진 대표님의 페이스북을 본다. 이런 분들의 이야기를 놓치지 않고 듣고 있으면 도움되는 것이 많다. 트위터와 마찬가지로 소비자들을 파악하는 데도 좋고. 페이스북은 라디오 틀어놓고 일하듯 계속 켜놓고 일한다.


9. 바탕화면: 파이 이야기(라이프 오브 파이)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를 재미있게 봐서 바탕화면을 영화 화면으로 하려 했는데, 극장에서 볼 때와 달리 사진으로 찾아보니 느낌이 영 아니더라. 이걸 내가 만날 보고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원작인 『파이 이야기』 책 표지로 대신했다. <라이프 오브 파이>를 서슴없이 2013년 최고의 영화로 꼽고 싶다. 어떤 사람도 시련이나 재앙을 통제할 수 없고, 일어난 상황을 해석하는 것은 오로지 자기 몫이다. 나는 재수가 더럽게 없다며 대충 살지, 이 경험을 하나의 무기로 삼고 살지는 그 사람한테 달려있는 것이다. 결국 그 해석에 관한 영화다. 얘기만 들으면 진지할 것 같지만, 영화는 정말 흥미진진하다. 마케터에게도 굉장히 의미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결국 이야기고, 이것이 마케팅이다.




‘배달의민 족같은’ 브랜드 마케팅

“스마트폰 배달 앱은 누가 많이 쓸까?”라는 질문에서 ‘배달의민 족같은’ 브랜드 마케팅이 시작됐다. 우리는 ‘교수님도, 팀장님도 짜장면을
먹지만, 배달은 언제나 막내가 시킨다’는 것에 주목했다. ‘대학생들과 신입사원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를 하면 더 좋을 것이다’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배달의민족은 복고, 키치, 패러디, B급 문화를 통해 브랜드 정체성을 만들고 마케팅과 브랜딩에 풀어내고 있다. ‘배달의민 족같은’ 폰트를 제작해 서비스에 적용하고, 이를 활용한 포스터 및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으며, 지난달부터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도
배달의민족 브랜드 제품을 만날 수 있다. 이 제품들은 배달의민족을 경험하는 또 하나의 문이 된다. 작은 쿠폰 프로모션 하나를 진행하더라도 ‘배달의민 족같음’의 끈을 놓지 않는다. ‘풋~’ 하고 웃을 수 있고, ‘아~’ 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소소한 캠페인들로 사용자에게 이야기를 건네고장난을 건다.

배달의민족은 앱을 구동하는 잠깐의 시간도 놓치지 않고 활용한다.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동안에는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을 패러디한 ‘연아의 탄생’을 보여줬다. 사용자에게 서비스를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팬들이 지지하는 브랜드가 되도록 ‘배달의민 족같은’ 브랜드 마케팅은 계속될 것이다.



우아한형제들 마케팅실

조금 엉뚱하지만, 포트폴리오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지금의 ‘우아한형제들 마케팅실’이다. 좋은 조직을 만들면, 이 조직이 큰일을 해내기 때문이다. 내가 한 일 중 제일 잘한 일은 지금의 마케팅실을 만들고, 또 만들어가는 일인 것 같다. 위아래 없는 협력. 회사 혹은 부서마다 일하는 모습이 다를 테지만, 대체로 마케팅은 개인의 능력보다는 여러 사람의 협력이 필요하다. 우아한형제들 마케팅실의 협력은 상명하복보다는, 위아래와 역할 구분 없는 동등한 입장의 협력이다. 스스럼없이 생각을 주고받는 사이에 ‘혼자서는 만들 수 없는’ 더 재미있는 캠페인이 완성된다.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일. ‘신나게 일하는 것’은 단지 개인의 행복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업무 퍼포먼스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멤버들이 ‘신나게’ 일할 수 있도록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스스로 할 수있게’ 하고 있다. 서비스와 시장 상황을 계속 공유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를 제기한다. 그러면 과제 해결을 위해 앞다퉈 아이디어를 내놓고,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솔루션의 초안이 만들어진다. 그러고 나면 가장 많은 의견을 낸 사람이 자연스럽게 이 프로젝트의 진행을 맡는다.

같이 할 동료도 스스로 정한다. 큰 일정은 시장과 소비자가 정하고, 상세 일정은 실무자 스스로 정한다. 벌여놓은 일 수습하느라 다들 야근에 쩔어 살지만 밤새워 놀듯, 야근을 은근히 즐기고 있다. 설마 나만 그런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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